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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싱잉랩’은 힙합의 자연스러운 귀결인가···인기 확장하는 ‘쇼미더머니 10’
2022/02/27

본 교육연구단의 참여대학원생인 송재홍(석사과정) 씨가 현장연구를 하고 있는 대구의 힙합씬을 사례로, "쇼미더머니 10"에서 트렌드가 되었던 싱잉랩의 의미를 인터뷰하였습니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12061743001

 

 

‘싱잉랩’은 힙합의 자연스러운 귀결인가···인기 확장하는 ‘쇼미더머니 10’

 

 

경향신문,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2021-12-06 17:43 입력 2021-12-06 22:40 수정

 

 

 

Mnet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10>(쇼미 10)이 지난 3일 종영했다. 경연곡 무대를 담은 영상들은 게시 직후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도배했다. 음원미션 경연곡 4곡은 모두 멜론, 지니, 벅스, FLO 등 음원 사이트 실시간 순위 20위 안에 들었으며, 특히 그레이노마팀의 <쉬어>는 일주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후 본선 무대곡이 공개되자마자 비오의 본선 경연곡 <리무진>이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소코도모의 <회전목마>도 차트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굵직한 비트메이커들과 날고 기는 래퍼들의 시너지 속에 만들어진 <쇼미 10> 음원들이 서로 ‘바톤터치’를 하며 국내 음원시장을 점령했다.

 

10년째를 맞은 <쇼미 10>은 유난히 ‘싱잉랩’이 강세를 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비트를 쪼개 ‘때려박는’ 랩보다는 멜로디컬한 선율을 따라 노래 부르듯 하는 랩이 더 많았다. 차트를 석권했던 <쇼미 10>의 음원미션 4곡 <TROUBLE>, <너와 나의 Memories>, <Wake Up>, <쉬어>는 역시 싱잉랩이 주가 된 곡들이다. 세미파이널과 파이널에서도 많은 아티스트가 싱잉랩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였다. 파워풀한 붐뱁 래퍼들이 주를 이루고, 루피나 ph-1 등 싱잉랩을 곁들인 래퍼들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전의 <쇼미>와는 다른 모습이다.

 

<쇼미더머니 10> 본선 무대에서 소코도모와 비오는 싱잉랩을 했다. 평소 싱잉을 잘 하지 않던 베이식(오른쪽 아래)도 락에 가까운 경연곡을 선보였다. 엠넷 제공.

 

<쇼미더머니 10> 본선 무대에서 소코도모와 비오는 싱잉랩을 했다. 평소 싱잉을 잘 하지 않던 베이식(오른쪽 아래)도 락에 가까운 경연곡을 선보였다. 엠넷 제공.

싱잉래퍼인 비오나 소코도모 등이 스타로 떠오르고, 싱잉을 하지 않던 베이식이나 던밀스 같은 아티스트들도 싱잉랩에 도전하자 ‘힙합엘이(hiphople)’ 등 기존 힙합 리스너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싱잉더머니다’ ‘아이돌 노래같다’ ‘래퍼가 랩을 안 한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싱잉랩 논란’은 어찌보면 새삼스럽다. 싱잉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세로 떠오른지 오래기 때문이다.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는 “랩에 노래를 섞는 건 물론이고 래퍼가 래핑 없이 노래만 불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됐다. 랩의 의미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것”이라며 “싱잉랩이라고 따로 지칭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노래를 부르듯하는 랩이나 노래를 가미한 랩 스타일이 랩의 디폴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 중후반 카니예 웨스트나 드레이크가 선보인 이후 싱잉랩은 점차 힙합씬의 중심으로 정착했다”고 했다. 드레이크는 지난 2017년 무거운 래핑이 하나도 없는 곡인 <핫라인 블링(Hotline Bling)>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랩 노래를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년 간 염따, 헤이즈, 애쉬아일랜드, 창모, 식케이 등 싱잉랩을 주로 하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인기를 끌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중에도 싱잉랩을 표방한 이들이 많다. 김 힙합저널리스트는 “이전에는 ‘싱잉랩도 랩의 하나’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싱잉랩이 랩의 기본이 되어버린 듯하다. <쇼미>가 동시대 힙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만큼 그 안에서 싱잉랩 경연곡이 많아진 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쇼미>가 음원시장에서 거듭 성공을 거둔만큼 제작진과 프로듀서 등이 음원 순위를 의식해 대중적인 싱잉랩 비중을 좀더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자이언티는 래퍼보다는 싱어에 가깝다. 그레이, 토일, 슬롬, 코드쿤스트 등도 싱잉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트메이커들이다. 싱잉랩이 가능한 프로듀서들과, 싱잉랩을 구사할 줄 아는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먹힐만한 음원을 만들면서 경연이 싱잉랩 배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 힙합저널리스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래퍼들에게 히트곡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추측되는 부분이 있다. 일전의 <쇼미> 경연곡이 음원 사이트에서 히트를 치면서 그걸 의식해 가장 대중성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싱잉랩을 보여주게 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싱잉랩이 요즘 힙합씬의 전부는 아니다. 넉살, 손 심바, 허클베리피, 사이먼도미닉, 빌스택스 등 전통적인 래핑을 하는 래퍼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지역 힙합씬을 연구하는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송재홍씨는 “모든 래퍼들이 쇼미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래퍼들이 관심있는 음악을 보면 전방위적이다. 음악을 만들 때에는 원하는 스타일을 하나 고를 뿐”이라며 “어떤 음원이나 아티스트가 성공하면 ‘한국 힙합에서는 이게 대세’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조금 만 더 들어가 보면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의 힙합은 싱잉랩으로 수렴하기보다는 힙합댄서, DJ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시도로 ‘발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싱잉더머니’라고 비난받던 <쇼미 10>에서도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건 싱잉랩을 하지 않은 조광일과 신스였던 점도 주목된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팬덤이 크지도 않고, 업력이 길지도 않은 이들이 나란히 수상을 한 건 ‘전통 힙합’을 표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김 힙합저널리스트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신스나 조광일처럼 여전히 타이트하게 때려박는 랩을 하는 거를 여전히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짜 힙합’ 논란은 힙합씬에서 항상 있어왔다. 과거에는 언더그라운드가 진짜 힙합이라며 에픽하이, 리쌍 등 미디어에 출연한 오버그라운드 힙합 아티스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2012년 시작된 <쇼미> 초기에는 <쇼미> 출연자들을 대중에 영합하는 이들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대구의 한 래퍼는 힙합의 큰 특징은 ‘포용성’이라고 했다. 포용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힙합은 더욱 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힙합인가 아닌가. 논란의 연속에서 힙합은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