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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교육-은퇴-사업 등 동남아 ‘새 유형 한인’ 무엇으로 사나?
‘동남아시아 한인, 도전과 정착 그리고 미래’ 8인 동남아 9개국 프로젝트 주목
박명기 기자highnoon@aseanexpress.co.kr등록2022.06.15 10:38:44
동남아에는 최근 등장한 신(新)유형의 한인이 한인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했다.
특히 1990년대와 2000~2010년대에 출현한 이민 유형은 주목대상이다. 영어와 중국어를 필두로 한 자녀의 언어 습득과 국제학교 교육을 통해 ‘문화 자본’을 추구하는 ‘교육 이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은퇴이주’,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추구하는 ‘체류 연장형 이주’가 대표적이다.
20세기 후반기부터 ‘동시적으로 동반성장’을 해온 동남아와 한국, 특히 세계 여타 지역 한인사회와 비교할 때 두드러진 상향 성장을 했다. 1970년 1만명 수준이던 동남아 한인은 2019년 36만 4276명(외교부)로 이렇게 지속적으로 성장한 지역은 찾기 어렵다.
눌민이 출간한 ‘동남아시아 한인, 도전과 정착 그리고 미래’는 8인의 학자가 이루어낸 동남아 9개국 7개년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사회학과 인류학, 정치학, 지리학 등 다양하다. 오랫동안 현지조사를 통한 자료수집과 분석으로 촘촘히 동남아 한인의 역사와 미래를 조명했다.
■ 동남아 한인의 이민과 이민공동체 유형 보니..교육-은퇴-기업-다문화 등
동남아 한인의 이민과 이민공동체 유형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은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이룬 교육이주가 대표적이다. 필리핀은 현재도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이 영어능력을 높이려 징검다리로 다녀오는 단기유학 대상국가 중 하나다.
다음으로는 50세 이상 일정 자산 소유자가 ‘은퇴이민’ 장기 비자를 발급해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싱가포르로 이주하는 경우다. 싱가포르는 은퇴이민보다 글로벌 인재 이민이 주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은퇴비자를 통해 자녀의 교육과 본인 사업 진출이 주다.
유랑형 이주는 한국계 중소기업이 대규모로 이전된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에서 대기업 주재원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와 관리자, 자영업자 종사자의 유입과 정착을 통해 한인 사회의 다양한 분화를 재촉했다.
또한 한인 규모의 확대와 정착 한인의 증가는 현지에서 연애를 통한 결혼이 이뤄져 상당규모의 다문화가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 살면서 경험하는 초국적 현상과 이들의 자녀가 한인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사다.
동남아시아는 신발, 섬유 등 수출형 노동집약적 산업, 관광산업, 혹은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 영주권을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간 정주하며 살아가는 한인 이주자는 물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으로의 조기유학, 은퇴이민 등으로 ‘정착형 이주자’보다는 ‘일시적 해외 거주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 베트남, 삼성과 LG 대규모 투자...필리핀, 새로운 삶을 찾아보려 기회 찾아
가령 베트남의 경우 최근 10~15년 동안 한인 사회가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 이유가 뚜렷하다.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베트남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다양한 업종의 한인 기업이 앞다투어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고용창출과 산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은 중간재 수출을 통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어가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국과 베트남은 긴밀한 상호 협력과 의존 관계 속에서 공생하고 있다. (296~297쪽)
한국을 떠나 덜 발전한 필리핀으로 오게 된 배경에는 많은 경우 새로운 삶을 찾아보려는 측면이 강하다.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얻을 수 없는 기회를 찾아 보다 느슨한 필리핀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이주한 시기 혹은 이주 후 오래지 않아 급속히 발달한 교통·통신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와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272~273쪽)
싱가포르에는 서비스직 청년 이주자들이 몰린다. 서비스직 청년 이주자들은 2000년대 중후반 조기유학 가족의 대규모 유입에 버금가는 규모의 한인 사회 구성원 집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대부분의 호텔, 호텔 내부 식당과 라운지에서 한인 청년들이 일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64쪽)
■ 김홍구-채수홍-엄은희 등 8인 동남아 전문가 9개국 프로젝트
동남아는 한국에 무역 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2위, 투자처로는 미국에 이어 2위, 해외 건설 공사처로는 1위, 노동 인력 교류처로는 중국에 이어 2위, 관광지로는 1위, 그리고 한류 파급력으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급속한 교류, 협력의 확대와 심화는 단기 방문을 넘어 동남아 현지에 장기 거주하는 한인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의 관계가 빠르게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한인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거나 개설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중적이고 가변적이며 혼종적인 정체성을 지닌 새로운 이주 개념에 부합되는 동남아 한인에 관한 연구는 체류국가에서의 적응 과정, 민족 정체성 유지 정도, 한인 사회 내에서의 사회경제적 분화에 따른 변화 등 선진국으로 이주했던 이전 사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 책을 집필한 학자들은 내로라하는 동남아 전문가들이다. 동남아 지역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적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한국동남아학회와 연구 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전문가들로 본인 전공 국가의 한인 사회에 대해 집필했다.
우선 태국 전문가인 김홍구 부산외대 총장, 한국동남아학회 연구-편집 이사 김지훈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베트남의 도시와 산업과 노동을 연구하고 있는 채수홍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지역전문가이 홍석준 목포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필리핀-인도네시아 전문가인 엄은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필리핀 정치 전문가 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장이 집필진으로 내공을 보여주었다.
또한 라오스와 라오스 관련 다수의 저서를 발간한 이요한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연구교수, 미얀마 새마을운동 ODA 연구로 인류학박사학위를 받은 김희숙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이 필자로 참석했다.
■매년 1000만 명 이상 한국인 방문 동남아시아, 동남아 한인 이주 집중연구 최초
동남아시아는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해외 방문지 1위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남아 한인 이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없다 보니 한인 단체는 물론 기관에서조차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행인 것은 동남아로의 한인 이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초기 이주자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난 3년 동안 동남아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해외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총 여덟 명의 학자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총 9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동남아 한인 이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동남아의 국가별 한인 사회를 이민-유학-비즈니스 등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가 되었다.
정성원 눌민 대표는 “동남아에 있는 한인들이 이주해서 터 잡고 사는 역사 집대성이다. 한인 역사 더 한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도 총서를 펴내면서 큰 보람이 있다. 동남아, 아세안 전문 출판사의 이미지도 얻었다. 앞으로도 동남아 한인의 역사와 문화적 성취에 대해 지지-연대하고 능동적으로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