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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밀레니얼 세대 투자 열풍의 의미는
2020/10/08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열풍에 대해 본 교육연구단의 신임 참여교수인 이승철 교수님의 코멘트를 볼 수 있습니다.

 

원문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10060600125

 

경향신문

 

[창간기획-2030 자낳세 보고서]①5%만 성공한다 해도…노동보다 투자가 “가성비 높다”박광연·최미랑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2020-10-06 06:00 입력 2020-10-06 13:32 수정

 

 

밀레니얼 세대 투자 열풍의 의미는지난달 28일 오전 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대학생 유지희씨(22)가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차트를 띄운 태블릿PC를 들고 바쁘게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 사이에 서 있다. 권도현 기자MZ 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투자 열풍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할까. 경향신문은 인류학과 문화학의 관점에서 한국의 재테크 현상을 살펴본 20~40대 젊은 연구자들과 과거부터 이어진 투자 흐름을 분석해온 금융전문가 등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가성비 떨어지는 불안한 노동 현실과 공부한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사상 최대의 직접투자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얘기한다.가성비 낮은 노동, 경제적 자유로수많은 시간과 비용 들여 직장 얻어도수도권에 번듯한 ‘내 집 마련’ 어려워불안정한 현실이 더욱 투자로 내몰아청년들에게 노동은 점점 더 ‘가성비 낮은 선택’으로 인식된다.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장을 얻었지만, 월급과 저축으로 수도권에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6년부터 올해(1~7월)까지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0.7~5.3%에 그친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매년(9월 기준) 7.0~22.9% 올랐다. “부동산시장에서 느끼는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가 주식투자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창간기획-2030 자낳세 보고서]①5%만 성공한다 해도…노동보다 투자가 “가성비 높다” 이미지 크게 보기

 

 

문화경제적 관점에서 한국의 재테크 현상을 연구해온 김보형 미국 밴더빌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38)는 “노동과 저축만으로 자산 증식이 어렵다는 인식은 외환위기 이후부터 강화돼왔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금융투자가 노동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 더 악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청년들은 여전히 최소한의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동소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안정한 노동 현실은 청년들을 더욱 투자로 내몬다. 김 교수는 “몸을 갈아넣듯 일해도 인간답게 살기 어렵다는 인식은 금융투자를 가성비 높은 선택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화학과 박사과정에서 금융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박준영씨(40)는 “평균 5% 이내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성공한다고 볼 때, 청년들은 그 낮은 확률을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표현했다.청년 다수가 투자 이유로 꼽은 ‘경제적 자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금융투자 문화를 연구하는 이승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40)는 “엄청난 대박을 꿈꾼다기보다는 남들에게 갑질 당하지 않고 사는 정도의 자유”로 설명한다. 김 교수는 “억압적이고 집단적인 노동문화에서 벗어난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30~40년 뒤 노후 걱정이 청년들의 투자 동기로 작용하는 현상도 주목해볼 수 있다. 지난 7월 나온 미래에셋의 밀레니얼 연구 보고서를 보면 청년들의 재무적 목표 중 ‘은퇴자산 축적’은 ‘주택구입 재원 마련’ 다음으로 중요했다. 현재 노동소득을 축적하는 국민연금으로는 노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소득대체율이 40%에 불과한 국민연금은 저출생·고령화로 수급자가 가입자보다 점차 많아지면서 이르면 2041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MZ 세대가 투자 행위를 합리화하고자 경제적 자유 개념을 내세운다는 분석도 있다. 소득을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강조해온 한국에서 노동이 없는 주식·부동산 수익은 ‘투기’라는 부정적 관점으로 인식돼왔다. 김 교수는 “경제적 자유 개념이 청년들의 불로소득 추구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투자동아리 ‘VIM’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암호화폐 관련 투자연구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투자는 공정하다는 믿음누구도 정확히 예측 못하는 주식시장한국 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대비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인식청년들은 투자를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돈만 있으면 주식을 사고 매도·매수 종목과 시점을 스스로 선택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누구도 다가올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위험(리스크) 부담’도 똑같다. 이는 ‘노력하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귀결된다.청년들이 생각하는 투자의 공정함은 실제로는 ‘기회의 평등’과 가깝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각종 투자 정보를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쉽게 얻게 됐다. 주식투자는 더 이상 금융기관과 전업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를 배우고 재테크를 함께 공부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승철 교수는 “청년들은 주식투자를 공부한 노력의 결과가 나오는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주식시장은 개인의 노력과 무관한 요인이 개입되는 한국 사회의 여러 경쟁의 장과도 대비된다.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노동시장에는 이른바 ‘엄마·아빠 찬스’가 있고, 안 좋은 대학교를 나오면 패자부활전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청년들에게 투자는 아무런 배경이 없어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주식시장은 투자 성패를 가를 수 있는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고, 성공한 개미보다 실패한 개미가 더 많다는 경험적 인식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주식투자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라는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 졸업논문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진 김수현씨(26)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모순이나 불평등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잘 간파하고 어떻게 이용할지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불신의 간접투자, 기회의 직접투자전문투자자 불신으로 간접투자 줄고스마트폰도 직접투자 진입장벽 낮춰최근 청년들의 투자는 특정 회사 주식을 바로 사들이는 ‘직접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투자 열풍이 전문투자자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에 대한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일었던 것과 대비된다. 미래에셋 밀레니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투자 시 선호도는 주식 직접투자가 9%포인트 증가한 반면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는 4%포인트 하락했다.최근 금융투자 통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월 28조7000억원에서 8월 60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5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9월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3370만개로 1월보다 420만개 가까이 증가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대 소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창간기획-2030 자낳세 보고서]①5%만 성공한다 해도…노동보다 투자가 “가성비 높다”

 

간접투자가 외면받게 된 원인으로 우선 증권사 등 전문투자자들에 대한 불신이 꼽힌다. 과거 수수료까지 내며 간접투자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식형 공모펀드 연평균 수익률(2.3%)은 평균 정기예금 금리(연 2.5%)보다도 낮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수익률이 기대치에 못 미치다보니 ‘전문운용사에 맡겨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주식시장 양극화’는 청년들의 직접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ICT와 친환경 산업의 주식 가치는 급상승한 반면 전통 제조업 등은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폭락했다. 최 센터장은 “잘 안되는 종목까지 보유한 펀드 등 간접투자를 선택할 요인이 줄었다”며 “결국 더 잘되는 주식에 집중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스마트폰으로 주식투자를 가능케 한 기술 발달도 디지털 세대의 직접투자 진입장벽을 낮췄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익숙한 청년들이 투자 경험을 나누며 직접투자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명 투자 유튜버 ‘삼프로TV’ 이용자들의 댓글을 분석한 박준영씨는 “주가가 상승했을 때는 축하하고 하락했을 때도 격려하는 등 투자와 관련해 심리적 위안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를 잘 이용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청년세대의 인식 변화가 투자 증가를 이끈 중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투자 열풍을 두고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처음 극대화됐다”고 설명한 그는 “청년들은 과감한 위험 부담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을 유리한 전략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식투자 ‘유행’ 얼마나 갈까…베스트셀러로 본 재테크 20년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청년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된 서적들을 둘러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청년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된 서적들을 둘러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금은 모두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만 같지만, ‘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교보문고와 알라딘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니 당해 상황에 따라 관심 분야가 크게 갈렸다.인터넷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됐던 2000년,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설파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재테크 열풍을 불러왔다. 같은 해 <나는 초단타매매로 매일 40만원 번다>가 나란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1년 ‘닷컴버블’이 꺼지자 투자를 권하는 책은 상위권에서 빠졌다. 생산성 향상과 리더십을 다룬 <겅호!> <프로페셔널의 조건> 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한국의 부자들> <나의 꿈 10억 만들기>였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을 쏟아냈으나 집값은 오르고 시장이 들썩이던 때다. 이듬해 <집 없어도 땅은 사라> <부동산과 세금> 등이 크게 환영받았다.

 

[창간기획-2030 자낳세 보고서]①5%만 성공한다 해도…노동보다 투자가 “가성비 높다”자본 소득 중요성 설파한 ‘부자아빠…’

 

 

IT 기대감 불던 2000년에 많이 팔려노무현 정부 땐 부동산 서적들 인기금융위기 당시엔 투자 관련 책 사라져최근 다시 주식 관련 서적 상위권으로2006년부터 이듬해까지,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저축과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2008년에는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는 미국 화폐발행권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을 다룬 중국 학자 쑹훙빙의 <화폐전쟁>이 큰 인기를 얻었다. 세계적 불황이 오면서 투자 관련 책은 한동안 상위권에서 사라졌다. 2010년부터 2년간은 국내외 경제질서에 비판적인 서적이 잘 팔렸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삼성을 생각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이다. 이 기간 상위권에 살아남은 재테크 서적은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한 <4개의 통장>과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이었다.2013년부터 부동산 관련 책이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는 돈이 없어도 경매를 한다>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경매에 나온 집이 많은 때였다. 2015년에는 <나는 부동산과 맞벌이한다>가 상위권에 올랐다. 저자는 종잣돈 1500만원으로 집을 41채 샀다며 독자들에게 “전세금 상승분을 이용해 집을 계속 사 모으라”고 조언했다.2016년부터 2년간은 산업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성공을 다룬 <제4차 산업혁명>과 소셜미디어와 마케팅 분야의 혁신을 다룬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이 인기였다.2018년, 자수성가한 30대 미국 사업가가 쓴 책 <부의 추월차선>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저자는 노동으로 돈을 벌어 아끼고 모으는 사람을 ‘현대판 노예’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임대 시스템, 콘텐츠 시스템 등으로 부를 창출하는 ‘지름길’에 진입해야 한다고 설파했다.2019년, 20년 전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다시 1위에 등극했다.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두 권의 책은 지난 2월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 10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와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