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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교수 공저 "가장 외로운 선택" 출간
2023/03/26

https://www.koreahealthlog.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24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기자명 유지영 기자   입력 2022.10.24 16:35  

 

 

가장 외로운 선택/280쪽/북하우스/16,000원

 

한국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20년 기준 20대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54.3%)이 자살이었다. 한창 꽃피울 20대 나이에 청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왜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 《가장 외로운 선택》은 ‘청년 자살’이라는 위험 신호를 감지한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자살 현상의 현실과 이면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긴급한 보고서다. 정신건강의학자와 인류학자, 보건학자‧사회복지학자‧상담사‧사회역학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이들은 청년 자살의 원인을 비롯해 세대별 특징과 사회 구조 문제, 코로나 이슈, 계층·성별 문제, 예방 대책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면면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승자독식의 정글에서 고립된 채 불행하게 스러진 청년들에 대한 문제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한 사회의 자살률은 개인이 아니라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청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위기에 처했고,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적지 않은 청년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 세상이 청년들에게 어떤 면에서 살 만하지 못한 곳인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살기 너무도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 절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성세대와 현 사회의 공감 실패’를 손에 꼽는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 세대는 부모 혹은 가까운 친구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갈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아주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짚어가며 지금의 청년 세대를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첫 세대”라고 명명한다.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의 ‘여성 청년 자살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는 코로나19 시기를 겪고 있는 여성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첨예한 언어로 전한다.

 

여성 청년의 우울과 절망은 임금 삭감과 퇴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미디어 중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고립감과 소외, 젠더 폭력, 가정 내에서의 갈등 등과 같은 상황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들은 우울감과 절망을 느끼는 상황이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특징을 보였는데, 이들은 가까운 친구라 하더라도 자신의 약점이나 좋지 않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에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족 안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혼자 견디거나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양상을 보였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는 병원을 찾거나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세대 간 감염된 절망에 관하여’에서 현재 90년대생인 20대 여성의 높은 자살사망률에 주목한다. 20대 여성의 자살사망률과 증가폭이 일본 전후 세대의 자살사망률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전후 세대처럼 이들 세대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패망 이후 일본의 청년들은 살아가는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고 나이가 들어서도 높은 자살사망률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 20대 여성은 고용 불안, 임금 차별, 젠더 폭력, 여성 혐오 정서 등 삶을 힘겹게 하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에 둘러싸인 채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또 50대 중년 남성 자살사망률과 2030 청년의 자살사망률의 연도별 추이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세대 간 감염되는 절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장숙랑 교수는 “청년의 불행이 여성들만의, 남성들만의 불행일 리가 없다. 그리고 한 세대의 절망은 모든 세대의 불행으로 상호 확산된다”라고 지적한다.

 

이기연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는 ‘청년이 보이지 않는 청년 정책’은 청년의 생활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망한 후, 생애과정 관점에서 청년의 삶과 정신건강을 종단‧횡단적으로 살펴본다. 이 교수는 빈곤 경험과 빈곤 지속성, 가구주의 실업, 주거 불안정과 같은 ‘불리’ 경험은 청년의 학력‧고용‧소득‧우울 등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세대 내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기존 고용‧주거‧학자금 지원에 국한된 청년 정책은 다양한 층위의 청년들에게 가닿는 데엔 큰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청년 정책의 전달 체계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로 파편화되어 있는데, 이런 분절적 전달 체계가 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제안한다.

 

주지영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의 ‘목소리로 만난 위기의 청년들’은 20~30대 실제 청년들의 고통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로나 시기 20~30대 위기전화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20~30대 여성의 위기전화 상담 건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약 40%나 증가했다.

 

기반이 약한 20~30대는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적 위기와 주거‧관계 위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코로나 상황은 이들 청년 세대와 취약 계층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우울에 잠식된 자존감 낮은 청년들, 취업 불안감에 막막함을 토로하는 청년들, 부채와 카드 연체로 경제적 위기를 겪는 청년들, 어느 한 명 믿어주는 사람 없이 고립된 채 생활하는 외로운 청년들, 성희롱과 성폭력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청년들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속살을 드러낸 채 담담하게 담겨 있다.

 

박건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코로나 시대, 통계로 보는 청년 자살’에서 우리나라 자살 통계를 비롯, 코로나19 이후 고소득 국가에서 자살 행동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두루 살펴본다. 드러난 숫자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코로나 시기에 정신건강의 악화가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사회‧경제 불평등도 더 심화됐다.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소수인종과 청년‧여성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20~30대 여성의 자살 사망 증가와 저소득‧실업계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관찰됐다.

 

이 책은 기성세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더 불행해진 청년들, 고용 한파로 삶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 청년들,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함에 빠진 청년들, 기댈 곳 없이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들, 이 사회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위기를 긴급하고 절박한 언어로 보고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청년 세대에 대한 몰이해와 실업‧저임금‧계급 불평등, 성차별 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불행을 들추는 한편, 우리가 어디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감으로써 다시금 치유와 연대‧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정신보건과 자살 예방, 지역사회 트라우마 회복 등의 분야에서 20여 년 일해왔다. 서울 강서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과 경기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2002년 청소년 치유형 대안학교 ‘프레네스쿨(성장학교) 별’을 설립,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활동으로 2004년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주는 청소년보호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교보재단에서 주는 참교육대상을 수상했다. 청년들의 학교와 경계인 청년지원센터 등 청년들의 공동체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과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을 맡아 자살 예방과 심리방역 작업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요즘 아이들 학급 집단 심리의 비밀》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무기력의 비밀》 《중2병의 비밀》 《교실 심리》 《공부 상처》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