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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설·추석 대이동의 시대 지나서 각자 일정에 맞춰 자주 만나길
2022/02/27

본 교육연구단의 권숙인 교수가 [문화일보] 인터뷰룰 통해 코로나 19 감염병이 여전한 가운데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문화일보 2022년 01월 28일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12801032321338001

 

“설·추석 대이동의 시대 지나서 각자 일정에 맞춰 자주 만나길”

전세원기자 jsw@munhwa.com

 

 

 

■ 2022 설특집 - 학자 3인이 말하는 ‘팬데믹 시대 명절’

 

- 최재천

“20여년간 명절 이동은 포기

‘명절의 일상화’ 받아들여야”

 

- 송재룡

“서서히 변해가던 전통문화

코로나 계기로 속도 빨라져”

 

- 권숙인

“인류의 회귀본능 감안하면

명절의 의미 계속 이어질것”

 

‘명절이란 무엇인가.’ 철학적 질문 같지만, 코로나19 세상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질문이다. 예매 전쟁을 거쳐 한 손에 기차표, 다른 한 손에 선물을 들고 ‘명절 대이동’을 하던 모습이 2년 새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SNS를 꾹 눌러 가족과 안부를 교환하고, 택배 아저씨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일이 더는 불효가 아닌 일이 됐다. 심지어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향 방문을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하며, 명절 대이동을 뜯어말리는 상황까지 왔다.

 

이렇게 낯선 시대, 명절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국내 대표 진화생물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3인이 철학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이 질문에 대해 사유했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28일 ‘명절의 일상화’라는 개념으로 2022년 설(2월 1일)을 맞이해야 한다고 했다. “저는 퍽 오래전에 명절 대이동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나 부모님 사랑한다’는 것을 꼭 그런 방식으로 확인해야 하나요. 자기를 철저하게 힘들게 해서 희열을 느끼는 일종의 ‘마조히즘’(masochism)으로 내 사랑을 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한 20년 명절 연휴에는 절대로 안 움직였어요.”

 

최 교수의 대안은 무엇일까. 아무리 팬데믹 시대라고 해도 며느리들은 시부모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심플하지만, 근본적인 답을 내놨다. “1년에 한 번 때우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자주 뵙고, 자주 만나고, 그렇게 하는 게 현명한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로운 시대가 온 만큼, 각자 자기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부모님을 찾아뵙는 게 실용적인 것입니다.”

 

종교학자는 어떻게 진단할까. 동아시아의 유교, 불교, 도교 전통과 서구 기독교 전통 등을 비교 연구해 온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주의가 점점 개인주의로 대체되는 과정을 명절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사람들이 명절에 인사하러 가는 게 많이 줄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변해가던 전통문화나 예의, 규범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빨리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즉, 전통적인 설날, 추석의 의미는 이미 많이 쇠락했다고 봐야 합니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선물을 보내고, SNS를 눌러 감사 인사를 보내는 게 용인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권숙인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사회과학대 학장)는 코로나19가 인류의 명절에 대한 생각과 행동 방식에 일대 변화를 줬다고 했다.

 

“명절에 자유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는 추세가 있었는데,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마치 학교에서 화상강의를 둘러싸고 충격을 받고 큰 흐름이 바뀐 것처럼, 코로나 시대 명절 관행 변화를 계기로 전체 흐름이 의미 있게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권 교수는 인류의 ‘회귀본능’을 생각하면 전통적 명절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봤다. “젊었을 때는 자기 시간을 갖길 원하다가 나이 들면 회귀본능이 자연스레 생깁니다. 가족을 생각하고 애틋한 감정이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죠. 이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도 나이가 들면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일 겁니다. 온갖 불만에도 명절이 유지돼 온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서적 욕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사에서 명절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진 않습니다.”

 

전세원·최지영·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