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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학계, 코로나19 긴급좌담회…"중국인 입국금지 의미없다"
기사등록 2020/02/18 18:18:49
공감언론 뉴시스 leech@newsis.com
'코로나19, 사회적 충격과 전망' 긴급좌담회
"중국인 혐오, 오히려 사회적 위험 높일 수"
"낙인 찍힐 위험있는 사람들, 공개 꺼릴 것"
"혐오 확산, 과학과 소문 모호하게 섞인 탓"
"국내 감염 있는데 중국인 입국금지 무의미"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려에 따른 중국인 및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행위는 "오히려 사회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18일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가 이 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사회적 충격과 전망' 긴급좌담회의 토론자로 나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에는 중국인 및 아시아인의 혐오 문제"라며 이같이전했다.
이 교수는 "질병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심할 수록,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거나 '질병에 걸렸다'고 낙인이 찍힐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공개하길 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더군다나 보균자가 중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늘날과 같이 빠른 검진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런 혐오는 보균자들이 스스로를 감출 수 있는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혐오가 확산되는 건 과학과 소문이 애매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 등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과학과 소문 그리고 (책임) 면책의 심리가 교묘하게 뒤섞여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지나간 장소 1㎞ 안의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문을 닫는 건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1㎞가 어떤 과학적 근거로 이뤄진 것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확진자가 지나간 장소에 소독을 통해 해결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질병을 갖고 있는 자에 대한 혐오라는 것은 진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태도로 유전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류 간 교류가 빈번하지 않고,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와 같은 의학적 성과가 없었을 때 이야기다. 코로나19에 대한 언론 및 전문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이와 관련해 "외국인 혹은 질병환자에 대한 적개심, 증오가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식의 일종의 혐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정파적으로 활용하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언론도 있다"며 "꾸짖고 다그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책임과 능력을 가진 지식인과 전문가, 언론"이라고 전했다.
이날 긴급좌담회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역학 ▲질병 네트워크적 확산 ▲질병 관련 국제 거버넌스 ▲전염병, 가짜뉴스와 진짜 소문 ▲전염병과 중국 경제 여파 ▲신종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응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
한편 지난달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5시48분 기준 70만2897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