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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생리대 배송 스타트업 김도진 대표 인터뷰
2020/03/06

본 학과를 졸업(경영학 복수전공)한 생리대배송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위 사진은 해피문데이 홈페이지 사진)

김도진 대표는 포브스 코리아가 선정한 2020년 2030 파워리더로 선정됐습니다. 


 

http://www.womaneconomy.kr/news/articleView.html?idxno=83172

 

 

[인터뷰] 생리대 배송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짜증 나서 시작했죠"

  •  김란영 기자
  •  승인 2020.03.02 20:07

19살 때부터 IT 스타트업 프로덕트 매니저 경험 ... 지난해 12억 원 규모 투자 유치
창업 3년 만에 회원 수 3만 명 확보...전성분 유기농 순면, 날개형, 3가지 사이즈로
월경 주기 등 고민 해결해주는 앱 '헤이문' 런칭 준비 중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맹호 기자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이맹호 기자

해피문데이는 직접 개발한 유기농 생리대와 탐폰을 고객의 월경주기에 맞춰 정기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짜증 나서’ 사업을 시작한 김도진(29) 대표는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여러 생리대를 직접 뜯어보고 유기농 원부자재 공장을 돌아다녔고 제품 출시 5개월 만에 중동 쿠웨이트에 상품을 수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탐폰은 전 성분을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 공장과 손을 잡았다. 창업 3년 만에 회원 수 3만 명을 확보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정기 구독자다. 지난해 옐로우독과 스프링캠프로부터 1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까지 총 17억 원 투자를 받았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인류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만 19살 때부터 IT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경험을 쌓았다. 

―‘짜증 나서’ 사업을 시작했다고요?

"누구나 느끼는 월경 날의 짜증이 있잖아요. 월경하는 것도 세상 귀찮은 데 그렇다고 주기를 건너뛰면 불안해지고요. 시중에 파는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서 간지러움 증, 냄새, 월경통 등으로 고생하다 2016년 직접 나섰습니다.”

―처음부터 월경 주기에 맞춰 생리대를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한 이유는요?

“인터넷 쇼핑이 발달한 한국에서 정기배송이 대단한 편리함을 주는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생리대를 만드는 큰 회사들이 해결하지 못했고 만들어 내지 못했던 가치들을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매달 생리대를 ‘구독’하는 사업모델을 통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월경 관련 고민을 파악하는 거죠. 고객에게 월경을 더 나은 경험을 만들고 관련 서비스를 기술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생리대는 건강을 해칠 수는 있지만,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는 의약 외품이에요. 여성 건강과 월경 관련한 많은 이슈가 있는데, 생리대 하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잖아요. 처음부터 제품을 개발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유기농 생리대를 수입해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유기농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 건 아니네요. 생리대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 다양한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를 만났어요. 지금은 일회용 생리대 전 성분 표기가 의무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관련 정보가 없었어요. 성분을 안다고 해도 그게 뭔지 몰라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보기 시작했어요. 성분이 조금만 달라도 가격이 확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생리대 공장을 찾아갔는데 완제품을 조립하는 곳에 가까웠어요. 원부자재 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합한 원재료 조합이 떠올랐어요. 당시 국내 공장에서는 굳이 부자재를 원가를 높여가면서까지 유기농 생리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공감을 못하더라고요. 기존 생리대도 잘 팔렸거든요. 웬 젊은 애가 와서 유기농 자재를 사입하고 수량도 적게 찍어낸다고 하니까 반기질 않았어요. 결국 원자재를 직접 찾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했어요.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사건이 발생하자 유기농 생리대 생산에 관심을 보였어요. 같은 해 12월부터 국내로 공정 옮겨 자체 브랜드 생리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생리대 제품 겉면에 전 성분 표시가 의무화됐습니다. 해피문데이는 사업시작부터 생리대 원재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비자는 알 권리가 있고 고객들이 제품을 더 잘 알게 될수록 산업도 더 발달할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의 기준에 맞춰 제품이 발전하니까요. 우리가 전 성분을 공개하면 다른 기업도 공개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저희가 전 성분을 스스로 공개해야 더 잘 지킬 수 있기에 공개했습니다.”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이맹호 기자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이맹호 기자

해피문데이는 지난해 10월 삽입형 월경 용품 ‘탐폰’을 전 성분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국내에 신규 탐폰 브랜드가 출시된 건 6년 만이다. 해피문데이 탐폰은 월경혈 양에 따라 라이트, 레귤러, 슈퍼 세 가지 유형에 날개형 모델이다. 생리대와 탐폰이 시너지 효과를 내 두 제품을 함께 주문하는 정기 배송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브랜드에서 탐폰 신제품이 나온 건 6년만일 정도로 파이가 작은 탐폰을 개발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고객들의 피드백 중 탐폰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탐폰은 질에 삽입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안전해야 할 것 같은데 해피문데이가 만들어주면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국내 시장을 조사해 보니 대부분 총알형이고 어플리케이터에 고무 패킹까지 달려서 나오는 제품들이 많아요. 국내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니즈를 충족시키고 싶었죠. 국내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고자 기존 시장에는 없는 날개형 탐폰을 만들었습니다.

―탐폰 생산 공장이 이스라엘에 있다고요. 이스라엘에 생산 공장을 둔 이유는요?

생리대는 방수 필름, 속옷에 붙이기 위한 접착면 등이 필요해 100% 순면으로 만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데 탐폰은 가능합니다. 탐폰의 외피부터 내피 흡수체, 실까지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고 애플리케이터도 친환경 소재인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월경혈이 흡수되면 단면적이 넓어져서 흡수량이 큰 날개형 디자인을 채택했고 월경혈 양이 적은 날에도 쓸 수 있는 라이트 사이즈도 생산하고 싶었어요. 여러 조건을 다 맞춰서 조합하고 테스트를 해봤을 때, 생산할 수 있는 기계와 의지를 가진 공장이 별로 없었어요. 국내는 물론 이스라엘,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등에 있는 공장에서 샘플을 받아봤는 데 그중 이스라엘 공장이 가장 적합했습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어플리케이터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어요.

친환경 재료들이 양산과정으로 넘어갔을 때 경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기존 국내 탐폰들은 단단한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에 고무가 달려서 나오는 제품들도 있어 익숙하게 사용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때 수반되는 약간의 불편함을 참고 소비해 주는 고객분들이 있어 어플리케이터는 친환경 소재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문제점을 개선한 제품 샘플링을 계속 받아보고 있어요.

―해피문데이 유튜브 채널 ‘월경언니’에 업로드된 ‘북한 생리대 드디어 개봉합니다’ 영상 조회 수가 130만을 넘었어요. 월경언니가 뉴스레터로 여성 건강 콘텐츠를 보내주기도 하죠. 해피문데이가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기 전까지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찾아보는데, 틀린 정보가 너무 많아요. 질염, 월경통, 피임약 복용 방법 등도 잘 몰라요. 진통제별로 월경통 효과도 달라 진통제를 선택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서로가 서로의 월경언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월경 관련 정보가 잘 정리된 ‘월경 피디아’를 만들고자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생리대, 탐폰에 이어 앞으로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나요?

올해 월경 주기 관리 앱 ‘헤이문’ 런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존 월경 주기 관리 앱들이 월경 주기 데이터를 분석해서 다음 월경 일자를 알려줬다면 헤이문은 간호사 출신 프로덕트 매니저가 만든 질문을 통해 특별한 증상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해피문데이 정기 배송 시스템은 본인이 입력한 월경 주기에 맞춰 상품을 보내는데,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면 필요할 때 제품을 받을 수 없어요. 헤이문과 정기 배송을 연동하면 월경 주지가 불규칙한 분들도 편하게 배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유기농 생리대와 탐폰을 비롯해 통합적인 페미닌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