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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내용
[책과 삶]‘세월호’ 이후, 인간의 본성과 국가·사회를 다시 생각하다 (경향신문 서평, 2015.4.3)
2016/11/14

- 기사 UR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32123425&code=960205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노명우·권명아 외 지음 | 현실문화 | 376쪽 | 1만4000원

 

어떤 이들에게 세월호는 이제 잊어야 할 이름, 밝은 미래를 위해 덮어야 할 기억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은 지난해 4월16일 이후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린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사람들이 더 이상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원한 것처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도록 유족의 울음, 시민의 동조가 가시지 않자 이들은 본격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캠페인을 벌였고, 그마저 여의치 않자 유족들을 면전에서 모욕하기도 했다.

 

[중략]

 

인류학자 이현정은 지난해 5월부터 안산, 진도를 오갔다. 그가 세월호 참사에서 주목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다. “자식의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세계의 소멸이 아니라, 자식을 통해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공유하던 부모까지 총 두 사람의 세계의 소멸”이지만, 한국의 어떤 시민들은 유가족의 자격을 따지고 들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목숨 걸고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는 이혼했다는 이유로 의심 섞인 눈초리를 받았다.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중 5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조손가정이었고, 또 많은 이들이 다문화가정에 속했다. 그러나 한국인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정상 가족’에 대한 통념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작동했다.

 

[하략]​